[삼국유사] 단군의 설화에서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 속에 살면서 환웅천왕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서 먹고 근신하였는데 3·7일(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이것을 못 참아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곰과 호랑이는 굴 안에 들어가 환웅이 주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21일 동안의 일광금기(一光禁忌)에 들어간 것이다.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금기를 지키지 못해 실패하였고, 곰은 금기를 잘 지켜 여자가 되었다. 이가 웅녀로 환웅과 사이에서 단군을 낳았다.
남현우작/일광금기(一光禁忌)/2008/84x118(cm)
이 설화에서 환웅은 도래한 농경민족이자 부계사회, 곰은 토착 수렵 민족으로 모계 사회로 파악된다. 빛을 피하라는 일광금기(日光禁忌)가 나타나는데, 이는 환웅이 천신집단이라는 점에서 태양신 집단과 유사한 성격을 가짐에도 햇빛을 피하라는 금기가 나오는 것은 의문이 든다. 이는 해모수 집단과의 경쟁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을 것으로 유추된다. 여하튼 단군은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해모수와 도읍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라 볼 수 있다. 해모수는 태양신 집단이고 따라서 일광금기는 해모수 집단과의 접촉을 엄금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해모수 집단은 수렵 성격이 강한데, 농경의 유산인 쑥과 마늘의 먹으면서 빛을 피하라 한 것은 농경을 배우고 해모수 집단과의 관계를 끊는 것으로 환웅집단으로 편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농경을 근거로 하는 환웅숭배집단이 백두산 근방으로 유입되면서 곰 토템 종족을 복속시켰으나 호랑이 토템 종족은 그렇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환웅+곰 통합의 주인공이 단군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추만으로는 일광금기를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보인다. 또다른 해석으로 작가는 삼칠일을 찾아보았다. 삼칠일(三七日)은 산모가 아기를 낳은 후 행동을 조심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산모와 아기는 되도록 외부인과 접촉을 하지 않고 미역국을 먹으며 몸조리를 한다. 예전에는 출산을 하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쳐서 잡인의 출입을 막았다. 가령, 아기가 출생한 지 7일이 되면 초이레, 14일이 되면 두이레, 21일이 되면 세이레라 하여 행사하는 습속이 있었다. 7일을 기준으로 하여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7이라는 숫자가 길하다는 속신 때문이다. 행사 방법이나 내용은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에서는, 초이레에는 새 옷, 새 포대기를 갈아 주고 시아버지가 첫 대면을 하며 새벽에 삼신에게 흰밥·미역국을 올린다. 두이레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며 새벽에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다. 세이레에는 새벽에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리고 금줄을 내리며 수수로 경단을 만들어 먹는다. 또 일가친척과 손님을 청하여 대접한다. 이 기간에 금기하는 식품은 닭고기·개고기·돼지고기 등이며, 상가(喪家) 음식은 부정탄다 하여 먹지 않는다. 가족은 물론 이웃 주민도 출입을 삼가고,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로 금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일광금기 사상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 작품에서는 일광금기를 나타내기 위해서 빛이없는 공간과 생명을 나타내는 물방울을 기본 메타포로 사용하였다. 어두운 공간속에서 마늘은 양을 나타내고, 쑥은 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두가지 말고 한가지 더 주어진 것이 있으니 바로 그것이 물이다. 이러한 물의 속성과 생명력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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