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작품노트/이치와 원리전

란(卵)의 비밀(秘密)

GPIA 2012. 1. 30. 19:18

 

결혼 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 아이는 꿈이고 최고의 보물이다. 그러나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를 기달려야 하나! 이 지긋지긋한 기다림 너무 힘들다. 드디어 가졌다. 아이가 태어났다. 힘든 역경이었지만 아이는 태어났다. 세상의 중심은 아이에게로 향하고, 주위의 모든 것들도 아이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부모의 마음도 과거에는 자신에서, 현재는 아이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아이가 어느덧 유아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나고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다. 내가 못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을 시키고, 심지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학원을 5~6개씩 보내는 것이 아닐까? 아이에서 청소년, 이제 어른이 되었다. 과연, 부모가 가진 꿈대로 아이는 되어 있을까? 여하튼 어른이 된 아이는 결혼을 하고 다시 아이를 기다린다. 또다른 시작이 시작된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부모가 되고, 윤회처럼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고귀하고, 신성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보물처럼 생각한다. 하늘의 자손이라고 생각하고, 태양보다 강렬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우리나라 건국신화를 보면 대부분의 영웅호걸들은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설화를 가지고 있다. 난생설화의 발생배경은 태양에서 유래되며, 여기서 태양은 알과 같이 둥글다는 관점에서 인식되었다. 또한 이러한 태양을 하늘이라고 인식하였다. 즉, 하늘=태양=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알에서 태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하늘에서 내려온 고귀하고, 신성한 기운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과 신라의 4대왕 석탈해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신성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들이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였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자신이 태양의 자손이고, 하늘의 자손이라는 것을 나타나게 하여 백성들에게 자신자신만을 복종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본 작품은 알이라는 뜻의 란(卵)의 의미와 비밀의 이야기를 나타낸 일러스트레이션이다. 물론 작가의 생각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본 작품의 스토리는 크게 [알의 정기와 꿈]으로 진행되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 알의 정기(精氣)다. 정기는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작품 가운데 표현된 종란(種卵)의 의미는 핏줄, 혈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꽃잎처럼 부서지기 쉬운 유년시절을 지나 천지만물의 기운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기운, 부모들은 이런것들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알의 꿈이다.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다 똑같다. 아버지는 하늘이고, 대지의 여신은 어머니이고, 따라서 자신의 아이들이 알에서 태어난 것처럼 고귀한 사람이 될 것이다 라는 강렬한 믿음이 있다. 본 작품에서는 12지신,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동물들을 나타내었다. 12지신의 보물들을 본 작품에서 찾아보자. 숨은 그림 찾기이다.

 

 

상원미술관 특별기획전(보물찾기)/남현우작/란의 비밀/일러스트레이션/84x118(cm)

 

작가는 알에서 태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알의 꿈을 가지고 자라났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란의 비밀은 색증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 아닐까? 여러분들의 생각하는 란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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